안녕하세요, 오월양입니다.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곧바로 자립을 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에 온지도 벌써 9년째가 되었다. 파리에서의 생활도 이제 가물가물, 서울에서의 생활에 적응해서 파리지엔느가 서울리엔느가 되었다.
다리가 심하게 아파서 이번 추석은 간소히 하자고 엄마와 올케 언니와 얘기를 나누었다. 성묘에 가지고 갈 음식만 조금 하던가 사서 남자들편에 보내자고 했다. 올케 언니와 난 무조건 100% 찬성했다. 설이나 추석 차례상에 올라간 음식들 중에서 잘 먹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여러 번 엄마에게 양을 적게 하고 수도 줄이자고 줄기차게 얘기를 했다. 5가지에서 3가지로, 양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과거에는 많이 해서 냉장고에 넣지도 못할 만큼 준비했었다.
음식이 귀하고 못 먹던 시절에는 차례 음식이나 제사 음식을 싸 주던 풍습이 있었으나 요새는 음식을 싸준다고 해도 다들 손을 젓는다. 양이나 수가 줄었어도 항상 엄마께서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셨다. 야채를 사고, 조기를 소금간 해서 말리고 건나물을 물에 불리고, 고기를 양념에 재 놓고… 올케 언니와 난 전 3가지를 부칠 뿐. 손질 해 놓은 나물을 무치는 것은 올케언니가 하고 난 설거지를 하고. 그래도 모든 준비를 엄마께서 일주일 동안 하셨다. 올해는 엄마가 아파서 추석상 재료 준비를 안 하신다고 하셨다. 올케 언니가 3가지 전을 조금 해 오고, 가족이 먹을 부대찌개를 사온다고 했다. 엄마께서 LA 갈비와 생선만 준비한다고 하셨다.
올해의 추석상은 80대 엄마에게 파격적이다. 엄마가 아프셔서 올 추석상을 처음으로 간소하게 준비하게 되었다.
엄마께서는 맏며느리로 60여년을 살아오셨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1년에 제사만 해도 4번, 설과 추석을 합치면 최소 6번의 상을 준비했었다. 지금은 제사를 한번으로 합쳐서 설과 추석을 합치면 상차림이 3번으로 줄었다.
우리 집안 남자들은 식성이 다 까다롭다. 아버지께서는 매운 음식을 못 드시고, 큰 오빠는 맵거나 짠 음식에, 비계 없는 살코기만 좋아하고, 작은 오빠는 고기, 생선은 안 먹는다. 그래서 엄마의 부엌 일은 늘 일이 많다. 매운 꼬막무침은 큰오빠를 위해서, 계란 말이나 오이무침은 작은오빠를 위해서 명절 상 외의 음식 항상 준비하셨다. 오빠들이 선호하는 음식 한가지씩은 꼭 준비하셨다. 이번 추석은 간단한 차례상에 식구들이 먹을 음식으로 대체하기로 여자들이 의견을 모았다. 80대 엄마가 이번 추석을 계기로 계속 차례상이나 제사상의 음식을 간소화 했으면 좋겠다.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좋지만 한국의 엄마들과 며느리들의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손이 안가는 음식보다는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음식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엄마, 이제 좀 명절 음식 준비에서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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