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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뜨거운 여름, 가을이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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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길고 너무 뜨거웠다.

큰오빠가 친구들과 경기도 삼송리 친구밭에 채소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 1~2주일에 한번씩 수확물을 가져다 주곤 하는데 올 여름이 길다보니 호박, 오이, 가지 등의 채소를 많이 가져왔다.

청양고추도 매주 한 보따리씩 가져온다.

오빠는 고추를 따오고, 엄마는 빨갛게 익은 작은 청양고추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말린다.

예전 빌라에 살 적에는 옥상에서 뜨거운 햇빛에 말렸었는데 아파트는 말릴 공간이 없다. 우리집 아파트 베란다는 옥상만큼은 아니지만 햇빛이 잘 들어온다. 눈도 안좋은 엄마는 좀더 잘 마르라고 고추 목걸이를 만들어 베란다에서 말렸다.

"청양고추가 매워서 그런지 잘 안마르네..."

고추의 겉은 마른 것 같아도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고추는 매워서 그런지 바싹 마르질 않았다. 결국 반건조 상태가 되자 고추를 좀더 잘 마르게 하려고 반씩 잘라서 소반에 널어 말리기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뒤적거려서 골고루 마르게 했다.

고추 말리기가 엄마의 하루 일상이 되었다.

아침 6시가 넘어 7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 운동 안 나가니?"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걷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파트 주변을 빠르게 걸으려고 나간다.

아파트 주차장에 생겼던 싱크홀 공사가 시작되었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는데 공사 시작 후 싱크홀 주변을 정리하다 보니 하수관이 새는 곳이 생겨 싱크홀 크기보다 더 큰 공사가 되었다. 첫날은 작은 미니 포크레인이 오더니 다음날에는 미니 포크레인과 큰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틀 후에 싱크홀 공사 현장을 보니 시멘트로 마감되고 아스팔트 공사가 남은 것 같았다. 주차장 건너편 나무가 있던 곳까지 공사한 거 같은데 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흙으로만 마무리 되었다.

가을은 열매가 풍성한 계절이다. 우리 아파트에도 감나무, 대추나무, 은행나무, 모과나무등이 가을만 되면 풍성하게 열매를 보여주고 있는데 길고 뜨거운 여름으로 인해 수확의 가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여전히 푸릇푸릇하고 은행 열매가 잘 맺혀있지 않다. 감나무의 감은 이제야 조금씩 주황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감이나 모과 열매를 볼 때마다 티비에서 보던 <가제트 형사>의 가제트 팔이 너무나 갖고 싶어진다.

" 가제트 팔~~"

외쳐 감이나 모과를 따고 싶당~~

가을이 온 것 같은데 아침 저녁 싸늘한 공기에 올 겨울 추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을이 힘을 못내고 겨울에게 자리를 넘겨줄 거 같다.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데 올 가을은 단풍도 계절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 날씨와 함께 이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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