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이 지나자 선선한 가을이 왔다.
아침 저녁은 서늘하고 낮은 햇빛이 쨍쨍하지만 덥지는 않다.
가을비가 온 후 갑자기 추워졌다.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몇십년 후면 여름과 겨울만 있을 거 같다
경량패딩을 입은 사람들, 트렌치 코트를 입을 사람들...가을 바람에 옷깃을 여밈다.
새벽 운동을 나가며 이제는 점퍼를 입어야 한다.
바람까지 있으면 무척이나 추워서 후드를 뒤집어 쓴다.
추석 전에 생긴 싱크홀이 드디어 수리되어 아스팔트까지 깔렸다.
철조망은 언제 제자리로 돌아갈까?
요즘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을 넘어 단지를 2바퀴 빠르게 걷는다. 평지에서 15~20도 경사의 길을 걷다가 계단을 내려오기도 한다. 같은 방향은 지겨워 반대로 가기도 한다.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 노부부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어 만나면 웃으며 인사한다. 사람사는 동네다.
아파트에는 몇개의 과실수가 있다.
감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올해 감이 늦게 익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의 감들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모과는 먹지는 못해도 방향 가득 모과향을 발향하기에 가끔 모과나무 아래를 살피곤 한다.
어릴 적 친구가 놀러와서 엄마가 담근 모과주를 보고 신기해 하며 뭐냐고 물었을 때
"모과"
" 이게 뭐냐고~"
"모과"
" 이거 이거, 액체에 담긴 거"
"모과라는 거야. 모과차나 모과주 만드는 열매래"
" 이름이 모과야?"
모과를 처음 본 친구와의 도돌이 질문과 답이었다.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잘 익은 모과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와, 저 밑으로 갔다가 맞았으면 엄청 아팠겠다.
모과를 조심히 들고 와서 식탁 위에 올려놨다.
지금도 모과향이 은은하다.
불광동은 아직 단풍이 많지 않다.
몇몇 잎이 성급히 옷을 갈아 입었다. 초록과 주황이 어우러지니 이것도 예쁘네
일요일인 오늘 친구 어머니가 계시는 김포 요양원에 다녀왔다.
장기역 도로변 가로수들은 벌써 가을 단풍으로 변해있었다.
금빛 물결의 가로수들이 시선을 잡았다.
진짜 가을이 왔나보다.
그림책 에세이 2번째 초고를 끝냈지만 합평을 통해 수정 사항이 많아졌다.
중간 부분과 마무리가 제일 힘들다.
기쁨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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