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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리 패션 스쿨의 교육 방식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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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월양입니다.

<내 인생의 단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책사세 2기에서 토론을 위해 주제를 주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내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단어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 변화>

1. 교육 방식에 대한 변화

대학 졸업 전까지 부모님의 가르침에, 학교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순종적으로 배우고 습득하고 “왜”라는 의문 없이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고지식하고 바른 생활을 하였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혔다고 느꼈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나의 첫 번째 변화는 프랑스 파리 유학 전후이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 파리로 패션 전공을 살려 유학을 가게 되었다. 약 3년간의 유학 동안에 학생으로 바라보고 겪은 한-불간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이였다.

파리 5구의 판테옹 근처에 위치한 패션 스쿨인 LISAA (L’Insititute Supérieur des Arts Appliqués) 에서 프랑스식 수업 방식과 학생들의 수업 준비 및 창의력에 교육적 충격을 받았다. 이미 한국에서 패션 이론 및 실기를 4년에 걸쳐 배웠기에 실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프랑스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에 부끄러웠다.

예를 들면,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시간에 준비물을 꺼냈을 때 한국에서 가져온 36색 물감을 책상 위에 놓자 프랑스 친구들이 다양한 색이 있는 물감을 보면서 신기해 했다. 핑크, 보라색, 녹색, 밤색 등등 놀란 눈으로 바라봐서 친구들의 책상을 보니 커다란 튜브형 물감 5가지가 전부였다. 빨강, 노랑, 파랑, 흰색, 검정색! 그들은 5가지 색으로 원하는 색을 만들어 사용했다. 색의 이름을 물어보니 무슨무슨끼가 있는 무슨 색 이라고 답을 했다. Reddish brown..

패턴(옷본) 수업 시간에 기본을 배운 후에 학생들은 기본을 변형해서 자신이 생각했던 옷을 기어코 만들어 냈다. 한국 학생들은 패턴을 그저 크기 변화로만 응용했다면 프랑스 학생들은 뼈대에 다양한 살들을 붙여 독특한 입지 못할 옷 같은 그러나 분명히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냈다. 문화 용어로 아방가르드(Avant-garde : 앞선, 선구자적인 전위적인)가 생각났다.

패션 이론 시간에는 선생님이 주제 몇 가지를 던져주 자유롭게 토론을 했는데, 당시 언어 실력이 부족하여 그저 듣기만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창작 수업 시간이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패션 학교이기에 이론을 배우는 학교에 비해 자유로운 사고와 창작이 가능했겠지만 한국 대학 4년 동안 전혀 볼 수도 겪어보지도 못한 수업 방식이었다. 첫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컵을 가지고 의상 디자인을 해 보라고 했는데 난 뭔 소리인가 어리둥절 할 때 프랑스 학생들은 컵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말로도 표현하면서 1시간을 떠들어댔다. 머그컵을 보고, 튜브 드레스 형태를 그리거나, 컵의 색을 보고 드레스 색상으로 표현하거나, 컵의 단단한 재질 느낌으로 옷감을 얘기하고 등등

학년마다 졸업 시험이 있어서 포토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디어 노트(Cahier d’Idée)로 다양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서 선생과 토론하고 결정하여 포토폴리오를 만들어갔다. 갇힌 사고로 아이디어를 뽑아 내려니 늘 시간에 맞추질 못하고 학기 중 방학을 맞이하면 2주간의 기간 동안 놀다가 몇몇 자료만 준비해 가곤 했는데, 프랑스 학생들은 아이디어 노트를 최소 1~3권까지 준비를 해오곤 했다. 난 스케치북 반을 채우지 못하는데 프랑스 학생들은 몇 권을 채웠는데, 슬쩍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도 있고, 꺼칠꺼칠한 표현을 위해 모래가루를 뿌려서 표현 한 것도 있고, 나뭇잎, 종이, 의류 부자재를 이용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노트에 꽉꽉 채워 온 것을 보면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이 꺾었었다. 진로를 디자인이 아닌 분석과 컨설팅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프랑스 패션 스쿨에서의 2년간의 교육이었다.

한계가 없는 아이디어 표현, 다양한 수업 방식과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강요가 아닌 설득왜 안돼? Pourquoi pas?(=Why not?) 를 말하며 반론을 제기하는 수업 방식은 패션이나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로서의 좌절을 겪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패션 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프랑스 수업 방식을 응용하였다. 예를 들면, 서양복식사 이론을 1시간 요약하여 설명하고, 나머지 2시간은 그날 배운 시대 복식의 응용 디자인을 하게 했다. 색채학 수업에서는 색의 이름을 새롭게 짓게 하고, 패션 트렌드 분석 수업에서는 많이 보고 듣고, 조사하여 키워드 추출 작업과 패션쇼 분석을 하게 하였다. 강의 때 “왜 안돼?” “ 너의 생각은 뭐니?”를 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수업 방식이 토론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엉뚱한 질문에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해 그저 이론 공부만 하는 시스템이라서 여전히 아쉽다. 몇몇 수업은 토론 방식이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이 있었으면 한다. 프랑스 대학도 입학하려면 수능 같은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baccalauréat) 통과해야만 한다. 이론 시험이라 해도,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시험이라고 하는 바칼로레아는 6일 동안 시험을 보며 대학입학 자격 점수가 되면 대학 입학은 교수의 면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대학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어려운 국가 중의 하나가 프랑스 대학이다. 등록금은 자국민이나 외국인이나 무료. 한국 대학은 들어가기 어렵고 졸업은 쉬운 나라이다. 참고로, 프랑스 대학에는 예체능 대학이 없다. 예체능은 실용전문학교로 분리되어 있다. 미술은 보자르, 음악은 꽁세르바트와(국립 또는 시립 음악원) 등등.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에 대해 말이 많은 것 같다. 현실의 한국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많아서, 인문, 철학, 순수 과학 등의 전공이 사라지고 있어서 슬프다. 대학이 아니라 유럽의 실업전문학교로 변하는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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