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월 양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은행나무가 많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아파트 후문으로 주로 다니도 있습니다. 후문쪽에 사유지로 출입이 금지된 빈 공터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을만 되면 은행이 많이 열리고 냄새도 만만찮게 나서 가끔은 숨을 멈추고 급하게 걸어간 적도 있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꽉찬 나무가 든든해 보이고 멋있었고, 바닥에 넗게 깔린 은행이 마치 노란구슬처럼 예뻐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DsOmJ/btqDeJ2BkBV/S7c7KsbIvKKpMkP9NTKXe0/img.png)
그런데 월요일 출근 길에 보니 은행나무를 자르고 있었습니다. 가지치기가 아닌 중간을 뎅강 잘랐습니다. 일주일전부터 공터를 주차장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은행나무와 열매가 신경 쓰였나봅니다. 뿌리까지 뽑지는 못하고 나무의 허리를 잘랐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무 한그루가 열매를 맺기까지, 나이테가 많아지기까지 봄여름가을겨울을 얼마나 많이 보냈을까요?
아파트에 있는 은행나무는 최소 31년은 넘었고, 공터 은행나무는 아파트 은행나무보다 더 크고 두터웠으니 더 많은 세월을 보냈겠죠. 세월이 무색하게 잘리는것은 몇시간만에 초라해졌습니다.
제게 있어 은행나무는 관상으로, 은행열매는 식용으로도 좋지만 공터를 사용하여 돈을 벌려는 소유자는 생각이 다르겠지요. 건물을 짓지 않고 적은돈으로 주차장을 만든데, 은행나무는 존재와 냄새로 가치가 없겠지요. 가을이 되면 은행열매가 떨어지고 밟혀서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차 위로도 떨어질테니까요.
공터를 활용하려는 소유자의 생각은 은행나무보다는 수입이 더 중요하고, 주차장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겠지요.
제가 만약 공터의 소유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은행나무를 나두고 공터의 상업화할 만한 것이 무얼까? 워낙 은행나무가 커서 가을에 공터의 3분의 2에 열매가 쌓일정도이니...공원도 아니고, 주택가 사이에 있는 공터에 있는 은행나무...
카페 공간을 만들면 운치있겠지만 건물을 지어야하고, 오가는 사람도 아파트 주민들 외에는 별로 없고..
주차장으로 할 경우는 은행나무 존재가 방해되고..
내가 일의 주체가 될때와 방관자가 될때는 생각의 차이가 큰것 같습니다. 일의 중요도나 가치도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다르고요. 어렵네요.
#생각의차이#관점의차이#가치#은행나무#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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