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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 혼자 놀기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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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월양입니다.

글사세 2기 준비 중으로 일주일에 2편 글을 쓰고 있습니다. 2번째 글도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혼자 놀기 달인

나에게 3살, 6살 많은 오빠 두 명이 있다. 어릴 적에 오빠들은 나를 떼어 놓고 둘이서 놀러 다니곤 했다. 그 당시 동네에는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이 많았고, 내 또래의 여자 아이는 한 살 어린 옆집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는 여동생이 있어서 나와는 가끔 놀았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놀곤 했다. 유치원을 다닐 형편이 아니었기에 오빠들이 보던 동화책이나 혼자서 1인 다역을 하며 놀았다. 종이 인형 놀이를 할 때, 엄마도 되고, 언니도 되고, 동생도 되어 가며 목소리를 바꾸어 가며 놀았고, 공기 놀이를 할 때도 혼자서 옆에 친구가 있는 것처럼 놀았다. 오빠들이 읽지 않은 주니어 세계문학전집 (금성 출판사 64권 )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해도 못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명작을 간략하게 줄여 놓은 문학전집이라 읽었다고 하기에 부끄럽다.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티비 프로가 다양하지 않았기에 놀이 종류가 많지 않았다.

가끔은 오빠들이 놀이에 끼어 줄 때는 술래잡기의 술래나, 다방구에서 인원이 부족할 때, 애들이 많지 않을 때 놀이에 참여하게 해준다. 내가 어릴 때에 밖에서 놀던 놀이들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몸을 많이 움직이는 놀이들이다. 술래잡기, 다방구, 망까기(비석치기), 자치기, 땅따먹기, 말타기등 활동성이 많은 놀이와 여자아이들이 하는 고무줄 놀이, 공기놀이, 실뜨기 놀이, 종이인형 놀이등 있다. 요즘의 아이들은 움직이는 놀이보다는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책을 읽히거나 미술이나 음악 또는 영어 공부를 부모가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비석치기 , 땅따먹기 / 문화재청 -월간 문화재 사랑
자치기, 말타기 / 어린이 성남 문화대전 - 민속놀이

혼자 자주 놀아서 그런지 난 외로움이 적은 편이고,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을 못 만날 때는 혼자서도 잘 돌아 다닌다. 누구는 영화나 전시회를 혼자서는 못 간다고 하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쑥스럽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는 혼자서 못했었는데, 파리에서 혼자 오래 살다 와서 그런지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즐겁다.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좋은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곤 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후 영화보다는 뮤지컬이나 전시회에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시간이 안되어서 못 보는 경우는 있어도 혼자라서 못 보는 경우는 없다.

혼자서 식사 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식사가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식당에 가서 1인분을 당당히 주문한다. 예전 학교에서 근무할 적에, 이사님이 점심으로 보쌈 정식을 사준다고 했을 때, 가기 싫어서 수업 준비 핑계를 데고 빠졌다. 사실은 보쌈 정식을 이미 먹어봤었는데 맛이 없고, 가격만 싼 곳이었다. 나와 수업이 있는 선생들 빼고 보쌈 정식을 먹으로 가고, 난 혼자서 근사한 파스타 정식을 먹으로 이태리 식당으로 갔었다. 우아하게 샐러드에서 파스타와 커피까지 마시고 학교로 돌아오니,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과 아니꼽게 보는 사람이 있었다. 가기 싫다는 말 못하고 따라 가 보니 진짜 맛이 없어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은 게 부러운 사람과,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회사)에서 단독 행동하고 별종처럼 군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유독 나의 행동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아직도 파리에서 사는 거냐,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은 그렇지 않다 등등..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참 말을 안 좋게 하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에게 나도 말을 세게 하곤 했었다.

파리 생활에서 변한 행동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필수가 아니라면 굳이 단체로 움직이거나 함께 할 필요가 없고, 당당히 또는 은근히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한다.회식은 필수로 한두 번 참여했지만 매 번은 싫었다. 회식은 회사 동료와의 관계, 일의 피로를 풀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술판으로 바뀌는 경우가 생겼다. 그것도 소주로. 개인적으로 소주를 못 마시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는 않다.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술이 아니라 사람들과 얘기하고 분위기를 좋아하지, 소주를 강제로 마시게 하는 분위기를 싫어한다. 맛있는 음식에 적당한 알코올에 다양한 얘기 거리가 있다면 그 모임은 언제나 콜. 집에서 맥주나 와인을 혼자서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파리에서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comte 치즈를 사오면 프랑스 와인을 사서 3일에 나누어 마신다. 아, 와인과 치즈 먹고 싶다

집에 있을 때는 늦잠도 자고, 책도 보기도 하고, 서랍장을 다시 정리하기도 하고, 부엌이나 욕탕을 청소하기도 한다.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간다. 남편도 애도 없기에 혼자 노는데 거리낌이 없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 집에는 시간을 보낼 거리들이 무한대이다. 정리 정돈을 잘 못 하기에 집에 있는 날에는 항상 한 두 가지씩 정리를 하곤 한다. 책장, 서랍장, 옷장 등 내 공간과 부엌과 욕실의 공동 공간에 할 일이 나를 부른다. 베란다와 다용도실은 엄마의 공간이라 터치를 못한다.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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