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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물조심, 채칼조심, 작은 것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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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는 제게 다사다난했어요.

겨울과 봄에는 그렇게 비가 안오고 가물더니 장마 오기 전에 비가 조금씩 뿌리다가 지난주에는 폭우로 한반도 곳곳이 물에 잠기는 곳이 많았어요.

월요일에는 회사가 옮겨가게 될 곳에서 입주 기업 OT가 있어서 참석했다가 홍대 교보문고까지 들려 딸엄책이 놓일 곳이 어디일까 궁금해 하며 퇴근을 했어요. 이래 저래 이동이 많아서 피곤했던 하루였어요.

저녁을 먹고 8시경에 갑자기 파리에 있을때 점심으로 자주 만들었던 참치샐러드가 생각났어요. 참치샐러드를 만들어 회사 근처에서 바게트를 사면 점심때 참치샐러드_바게트를 먹을 수 있을거 같아서 냉장고를 뒤졌어요.

참치샐러드에 들어갈 재료로 오이 하나, 양파하나, 색조합으로 넣을 붉은 파프리카 하나, 참치캔 2개, 마요네즈 약간..

야채를 씻어 놓고 칼로 자를까 하다가 갑자기 채칼이 생각났어요. 오이를 얇게 채쳐서 소금에 살짝 절여 놓으면 아삭한 맛이 있거든요. 홈쇼핑에서 혹하고 산 채칼을 꺼내서 오이를 얇게 쓱쓱쓱 밀다가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까지 쓱.....아픈줄도 모를 정도로 쓱...피가 멈추질 않더라구요 ㅜㅜ

엄지 손가락을 수건에 싸매고 핸드폰만 들고 택시를 타러 대로변에 나갔는데, 택시가 없네 그려...

빈차가 오길래 잡았는데 근처 응급실 방향이 아니라고 거부..퇴근하고 들어가는데 그쪽 방향이 아니라며 무심히 지나가버렸어요..발을 동동 구르다 또다른 빈택시 하나를 잡았어요. 그 택시도 퇴근길이라는데 살짝 돌아간다며 태워주었어요..기사님 와이프도 칼에 잘 베인다며 빨리 가겠다고 하셨어요. 기사님 고맙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린 후 소독을 하고 지혈거즈를 붙이고 붕대를 감아줬어요. 살점이 없기에 꿔맬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꿔매는 것이 더 나은데, 살이 오르기까지 물이 다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ㅜㅜ 여름이라 덧나거나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응급실 원무과 앞 의자에 앉아 있으니 저와 같은 처지의 여자가 왼손을 붙들고 들어오며 칼에 왼쪽 손가락을 비었다고 하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다쳐서 응급실에 갔답니다. 아버지가 아파서 응급실 간적은 있었지만. 피가 많이 흘러서 엄지손가락을 여러겹으로 감아놓았어요

그 다음날인 화요일 오전에 정형외과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해서 반차를 쓰려했더니 고맙게도 회사 대표님이 재택근무하라고 해서 집에서 일을 했어요. 대표님, 감사해요~~

응급실에서는 인턴 선생님이 치료를 해 주었고, 정형외과에서는 간호사 선생님이 치료를 해 주었는데 훨씬 섬세하게 손가락 다친 부위를 다뤄 주었어요.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 전에 붕대와 거즈를 떼어내자 피가 다시 뚝뚝 떨어졌어요. 의사가 보고 나서 간호사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한후 다시 지혈거즈를 대고 붕대로 감아주었어요. 살이 차 오르고 피부로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저녁에 운동을 하러 나갔더니 바람이 엄청 불었어요. 나무가지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온몸을 흔들었어요. 걷기 운동을 하기에는 시원해서 좋았지만 다음날 비가 많이 올까봐 걱정되었어요

바람에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잘 잡히지가 않았어요. 새롭게 붕대 감은 손을 하늘에 대고 사진을 남겼어요.

크게 다치지 않고, 신경 끊어지지 않고, 네손가락은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죠.

현재, 회사는 양재천 근처에 있어서 출퇴근 시에 양재천을 지나치며 가끔씩 사진을 찍곤 하는데 수요일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양재천이 불어나고 있었어요. 일기예보 상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올거라는 예보가 맞았어요.

양재천이 흙탕물로 변해서 물살이 빠르던데 오리들과 백로, 물고기들이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잘 피하고 있겠지? 제발..

양재천 산책로 중 위 산책로와 영동4교 다리에서 찍은 흙탕물로 변한 양재천 영상이에요. 범람하기 전이라 층이 있는 물길이 보이죠?

수요일 저녁과 밤새도록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전국 각처에 폭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비피해, 산사태피해가 생겼다는 아침 뉴스를 들으니 마음이 안좋았어요.

봄에는 건조한 날씨에 산불로 힘든 곳들이 많았는데 여름이 되니 폭우로 이재민들이 생겨나고 있네요.

목요일 출근길에 영동4교에서 바라본 양재천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양재천 바로 옆 산책로가 물에 잠겨서 가로등 윗부분만 보이고, 파라솔 윗부분만 보였어요..

다친 손가락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범람한 양재천을 보니 마음이 씁쓸해졌어요.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다 자랑을 해도 자연 앞에서는 한낱 미물이구나.

" 불은 재라도 남기지만 물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며, 물이 더 무섭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어요.

금요일에 정형외과 예약으로 다시 재택근무를 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어요. 며칠 사이에 살이 조금씩 올라서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아직 피부까지는 생성이 안되어 소독과 빨간약을 발라주고 귀여운 손가락 붕대를 감아주었어요. 회사가 멀어서 회사근처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아도 되냐고 의사에게 물어보니 소독만 하면 되니 회사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이제 재택근무는 안해도 될듯..

손등을 감싸는 붕대에서 해방되니 손등이 숨을 쉬는 듯..그동안 답답하고 간질거렸는데 이제 엄지손가락만 주의하면 되요. 아직은 찌릿찌릿 하지만 이만하길 다행.

손가락 붕대 귀엽다고 했다가 엄마에게 한소리 들었어요.

" 다치질 말아야지! 채칼 버렸다!"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로 폭우였다가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네요. 에어컨 필터를 씻어서 베란다에 말리고 있는데 내일은 에어컨을 가동해 봐야겠어요.

이번주는 조심에 대해 느꼈던 한주였어요.

불조심! 물조심! 채칼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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