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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늘과 엄마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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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월양입니다.

글사세에 썼던 엄마에 대한 글입니다.

마늘과 엄마 손

 

엄마는 계절에 맞는 음식 재료를 항상 사서 저장해 놓는다.

항상 늦봄의 양파부터 시작된다. 신안 양파가 맛있다고 해마다 2포대, 40kg을 주문해서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에 쌓아 놓고 양파 김치, 양파 장아찌 등으로 저장 식품을 만들어 놓고, 모든 음식에 양파를 많이 사용하신다. 올해도 어김없이 2포대 주문.

양파 주문을 하고 나니, 남해에서 마늘 2접을 주문했다. 주문한지 이틀 만에 마늘이 도착. 퇴근하고 집에 오니, 엄마 얼굴이 수척해졌다. 깜짝 놀래서, 무슨 일이 있는지 여쭈어 봤더니, 마늘 한 접을 까서 다져 놓았다며, 내게 손을 보여주셨다. 검지 손가락에 물집이 크게 잡혀 있었다. 너무 커서 개구리 손가락처럼 부풀어 올라서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셨다.

 

“ 엄마, 나 퇴근하고 오면 같이 하던가, 주말에 같이 하지, 왜 혼자서 하셨어요?”

“ 낮에 쉬엄쉬엄 한다는 것이 한 접을 다 깠네. 너 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진통제 먹어야겠다”

“……”

 

엄마는 내게 일을 안 시킨다. 당신 혼자서 일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일을 시작하면 미루거나 남기는 것을 못하신다. 그래서 항상 일을 하고 난 후에 앓으신다. 야채를 다듬을 때 고개를 숙이고 하니, 목이 아프고 협착증이 있어서 한 자세로 앉아서 일을 하니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진통제에 의존 안 하려고 많이 참으시는데, 한번씩 같은 자세로 일을 몰아서 하고 나면 꼭 진통제를 드시며 하시는 말

“ 다음에는 사서 먹자, 이제 못 하겠다”

“ 제발요, 엄마. 세식구인데 많이 사지 말아요”

 

엄마 말을 믿지 않는다. 양파, 마늘, 멸치, 미역, 고사리 등이 좋다고 하면 또 대량으로 사실 것을 알고 있다. 대형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직거래를 더 선호하신다. 슈퍼에는 국산보다는 외국산이 많고, 속이는 것도 많다고 싫어하신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우리 세대 주부들은 어머니 세대처럼 식품들을 대량으로 사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든지 슈퍼에 가면 살 수 있는데 집에 쌓아 둘 필요 없다고 한다. 많이 사면 썩거나 안 먹고 버리는 것이 많다고 한다. 맛만 좋으면 되기에 굳이 국산 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인다.

엄마의 개구리 손가락을 더 이상 안보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식재료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바꿀 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일의 양을 줄이거나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아시는 분~~


조금씩 집안 일을 하고 운동으로 저녁에 아파트를 슬슬 걷는 운동을 하신다. 허리 협착증으로 다리가 저린데 요즘은 종아리가 아프기까지 해서 원인을 찾는 중이다.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인데, 집에서 일을 찾아서 하셔서 걱정이다. 곧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괜찮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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